관세전쟁 2기, 진짜 위기는 누구에게 오는가?
트럼프 2기의 관세전쟁, 정말 삼성전자가 위기인가?
최근 미국 대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다시금 전 세계는 '관세전쟁 시즌 2'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 언론과 여론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글로벌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낸다.
특히,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46% 고율의 관세를 맞게 되었다는 보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수익 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법인과 수익 구조를 이해해야 보이는 진실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멕시코 공장은 모두 삼성전자 해외 현지 법인 소속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어 판매되었을 때, 직접적인 수익은 현지 법인의 몫이다. 다시 말해, 고율의 관세를 맞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타격은 삼성전자 본사가 아닌 현지 법인에 먼저 발생한다.
물론 글로벌 전체 수익 관점에서는 연결 재무제표를 통해 영향을 받겠지만, 관세로 인한 1차 충격은 본사가 아니라 '그 지역 법인'의 손익에 국한된다.
즉,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는다"는 말은 정확히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미국 수출에서 타격을 입는다는 말이어야 맞다.
멕시코에서 만들면 괜찮은가?
그렇다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은 FTA 혜택을 받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멕시코에 대규모 백색가전 공장을 운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이 FTA 우회 구조는 유효하므로, 미국에 팔릴 제품은 멕시코에서, 다른 지역용 제품은 베트남이나 인도에서 생산하는 전략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짱가×TT의 3형제 경제론으로 보자면
한 아버지 아래 세 아들이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아버지는 삼성전자 한국 본사다.
- 첫째(베트남 법인), 둘째(멕시코 법인), 셋째(중국 법인)는 모두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생활한다. 대외적으로는 한 집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경제 구조와 실적이 다르다.
- 그런데 요즘 언론은 이들 중 하나가 어려움을 겪으면 마치 아버지 전체가 부도라도 난 것처럼 묘사한다.
-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아버지는 철학과 방향을 제시할 뿐, 각자의 장사는 각자가 책임지는 구조다.
즉, 이들 법인은 법적으로 별개의 회사이며, 각국에 설립된 독립 법인이다. 연결 재무제표상 본사와 연결되긴 하지만, 실제 현금 흐름이나 직접적인 수익 구조는 분리되어 있다.
물론 상표권이나 지적 재산권 등 무형 자산에 대한 사용료가 본사로 송금되긴 하지만, 그조차도 직접적으로 한국 본사로 들어오는 구조는 아닐 수 있다.
구글이나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본사들도 로열티 수익을 조세 회피처에 위치한 계열사로 송금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글로벌 기업의 기본 전략이다.
미국의 천조국 역할, 그리고 소비국가로의 전환
그동안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자국민의 세금을 통해 전 세계에 막대한 국방비를 써가며 질서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흔히 '천조국(千兆國)'이라 불리는데, 이는 국방예산이 1조 달러(1000조 원)에 가까운 나라라는 뜻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비 지출국인 미국을 풍자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이러한 강대국으로서의 위용은 군사적 영향력에선 유지됐지만, 경제적으로는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제조업은 무너지고, 전 세계 공장 국가들에게 의존하며 '거대한 소비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즉, 생산보다 소비에 집중하게 된 미국은 그만큼 무역적자와 일자리 감소라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제 트럼프 2기는 그 구조를 되돌리겠다고 선언한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다시 짜고, 생산을 되찾고, 소비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제조업을 다시 품은 국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결론: 자유무역이 아니라 설계된 무역 구조로 가는 중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역을 끝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짜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 세금(관세)을 덜 내려면 생산지를 미국 내로 이동하거나,
- 법인을 나누어 수익 구조를 조절하고,
- 때로는 미국 내 공장 투자라는 당근 정책에 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관세 회피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정말 위기냐고? 아니다. 그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리셋을 준비해왔다.
언론은 본래의 비판 기능을 떠나, 점점 더 선동적이고 감성적인 프레임에 치우쳐 있다. 객관적 진실보다 클릭을 유도하는 '선동'과 '프로파간다'에 기반한 기사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지배하고 있다.
진짜 위기는, 이 구조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자유무역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올 것이다.